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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정리

어드벤쳐 타임 여권 케이스 - 해외 생활 필수 아이템(이었던 것)

by 미니멀 요정 2022.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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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

여권을 쓸 일이 없을 줄 알았지만

출국하기 직전에 동기를 만났었다. 지금으로부터 1년 3개월 전쯤의 일이다. 지금 한국 분위기가 어떤지는 모르겠다. 내가 출국을 준비했을 때에는 집합금지라는 것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것만 가지고도 쓴소리를 듣고는 했다. 내 입장에서는 한국에 돌아올 생각이 없으니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름 절박한 심정으로 친구들을 한 두 명씩 만났다.

이 여권 케이스는 영국에 가서 살 거라고 하니까 동기가 준 것이다. 살면서 많은 선물을 주고 받았지만 여권 케이스는 조금 특이한 선물이기도 하고, 친하게 지냈던 동기에게 받았던 선물이라 나름 애지중지했던 물건이었다. 최대한 조심해서 오래 쓰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여권을 쓸 일이 많았던 터라 매일 들고 다니는 통에 조금씩 닳아버렸다.

내가 해외 생활을 시작한 곳이 아일랜드의 수도인 더블린인데, 입국심사를 받을 때 여권을 보여주는 거 말고도 여러모로 쓸 일이 많았다. 어학원에 처음 출석하는 날에 여권으로 본인확인을 했고, 학생용 립카드(그냥 교통카드 이름이다. 한국에는 티머니, 일본에 스이카, 영국 런던에 오이스터가 있듯이 더블린에는 Leap card가 있다)를 발급받았던 날에도 필요했다.

사실 여기까지는 당연히 본인 확인을 해야 하니 당연히 여권을 가지고 다녔지만 그 이후에 험난한 일들이 있었다. 나는 아일랜드에 학생비자로 입국을 했고 거주를 3개월 이상 할 예정이었으니 아일랜드의 거주증인 IRP 카드가 필요했다. 지금은 전화로 하는 거로 바뀌었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내가 입국했던 당시에는 콘서트 티켓팅 하듯이 선착순 인터넷 접수였다.

심지어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PSC 카드 발급(아일랜드 사회보장번호인 PPSN이 적혀 있는 카드인데 넘버만 있어도 딱히 어학연수 온 학생 신분에서는 제약이 없기에)과는 다르게 IRP 카드의 발급은 의무이다. 입국심사 때 찍어주는 스탬프에도 입국 직후로부터 90일이 지나기 전에 카드 받으라고 적혀 있다.

차라리 입국한 순서대로 발급해주거나 공항에서 바로 거주증 필요한 사람의 절차를 도와주면 서로서로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어림도 없는 소리겠지. 사실 이제는 나하고 상관이 없는 일이 되어버려서 크게 피부로 느껴지는 일은 아니다.

어드벤쳐 타임 여권 케이스

IRP 카드를 수령하기 까지의 시련들

기본적으로 아일랜드 거주증은 입국 후 90일 이내에 발급 신청을 완료해야 되는 것이 의무이다. 그런데 나는 87일째인가 되던 날에야 티켓팅(...)에 성공했다. 그 말인 즉슨, 이 카드가 생기기 전까지 87일이라는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기간 동안 여권을 들고 다녀야 했다는 소리다.

입국심사에서야 당연한 거고, 어학원에 처음 출석하는 날에는 당연히 스쿨레터가 없을 테니 대부분은 여권으로 확인할 테니까 그러려니 했다. 일을 구해서 서류를 작성할 때에는 여권만 스캔했다. PPSN이 없었는데, 그때의 나는 IRP 카드가 있어야만 PPSN을 발급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IRP가 없어도 PPSN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 꽤 오래 전에 급하게 했던 거라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정리해서 정보를 공유하려고 한다. 그 이후에는 IRP 카드를 발급받으러 오피스에 간 날에도 여권을 들고 갔고, PPSN 실물 카드를 발급받을 때에도 여권을 들고 갔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딱히 필요 없는 카드였지만 기념품 정도로 생각하고 발급받았었다.

한국에서는 사실 누가 봐도 미성년자는 아니기 때문에 신분증 검사를 안 할 때가 훨씬 많지만, 이상하게 아일랜드에서는 많이 받았다. 오프 라이센스의 기준나이가 높은 건가 싶기도 하고, 아무리 나이가 많아 보여도 신분증을 검사하는 문화가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술과 담배를 사랑했던 나였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신분증 검사를 할 지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들고 다녔다. 아일랜드에서 행정업무를 한 번이라도 경험해봤다면 공감하겠지만, IRP 카드는 신청하러 가기까지의 과정부터가 일단 고난의 연속인데다가 집까지 배송받기까지도 오래 기다려야 한다. 정작 카드를 수령받고 나서도 술이나 담배 구입, 클럽, 공인영어시험에서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반 년 넘는 시간 동안 매일 같이 들고 다니다보니까 낡고 헤지고 때도 많이 묻어버렸다. 그냥 내가 산 물건이면 버릴 때 미련이 없었겠지만, 친하게 알고 지낸 동기가 이제 못 볼 수도 있겠다는 말을 끝으로 건네준 선물이라 미련이 남았었다.

여권 케이스

버리게 된 계기

사진으로 기록할 때나마 온전한 상태로 찍고 싶어서 최대한 붙여놓고 찍었지만, 실들이 다 헤져서 언제 분리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래의 고리에는 원래 솜뭉치로 된 장식이 있었는데 진작에 떨어졌다. 다른 때는 괜찮은데 거주증 발급 같은 행정업무에서는 항상 빼고 보여달라고 하고, 어학시험을 볼 때에도 케이스에서 여권을 빼서 검사했다.

넣고 빼고 하는 과정에서 실밥이 다 뜯어진 것 같다. 항상 가슴팍의 주머니에 꽂고 다녔으니까 마찰 때문에 닳은 것도 있겠지만.

 

여권 케이스

흔하지 않아서 좋았던 선물

사실 선물로 받지 않았다면 굳이 내가 여권 케이스를 사서 쓰지는 않았을 것 같다. 받은 김에 써봤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아마 앞으로 내가 여권 케이스를 사서 쓸 일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선물이다. 나도 나중에 누군가에게 선물할 일이 생기면 그 사람이 안 쓸 법한 물건, 남들이 흔하게 선물로 주지 않는 물건 중에서 고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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