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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정리

나는 오늘부터 가볍게 살기로 결심했다 - 군인용 전자시계 버리기

by 미니멀 요정 2022.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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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

내가 제대를 한지도 7년이 넘어간다. 버릴 거였다면 진작에 버렸어야 했을 전자시계를 어쩌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게 된 걸까. 입대 하기 전에 샀던 시계니까 거의 8년 동안을 가지고 있었던 물건인 셈인데,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대청소를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까지도 버리지 못했을 것 같다. 애초에 발견도 할 수 없었을 거고, 버려야겠다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청소를 하다보니 이것저것 잡동사니가 많이 나왔다. 내가 군인용 전자시계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뜬금없게도, 쓰레기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새 물건을 살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막상 바로 필요한 물건이더라도, 내가 가진 물건들 중에 비슷한 물건이 있겠지, 고쳐쓰면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정작 꼭 필요한 소비를 할 수가 없었다.

미니멀 라이프를 걷기로 결심한 두 번째 이유는, 나한테 필요없는 물건이 확실한데도 버릴 용기가 나지 않아서 내 방을 너무 좁게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나는 초등학교 때의 문집도 버리지 못했고, 내가 어릴 때 풀던 학습지조차도 추억보정 때문에 쉽게 버리지 못했다. 제일 충격적이었던 것은 내가 공부할 때 깜지를 썼던 연습장조차도 모두 방 한쪽에 쌓아져 있었는데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 방을 좁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나한테 앞으로 필요없을 물건들을 열심히 줄여나가기로 결심했다.

군인용 전자시계

군인용 전자시계

사실 군인용 전자시계라고 해봤자 내가 입대했을 때 유명했던 브랜드는 카시오 아니면 지샤크였다. 그때의 나는 때마침 친구들과의 잦은 술자리 때문에 돈이 없었다. 사실은, 비싼 시계를 사느니 술을 더 마시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냥 동네 마트에 가서 아무 시계나 싼 것 중에 하나 골라 샀었다. 그리고 제대하자마자 상자에 봉인한 상태로 방치했다.

그대로 대학교 생활을 즐기던 나는 이런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조차 잊고 잘 지내고 있었다. 오랜만에 꺼내본 전자시계는 충격적인 모습으로 보관되어 있었다. 고무는 왠지 모르게 군데군데 녹아 있었고, 전지는 누수가 일어나서 금방이라도 불이 날 것처럼 불안한 모양새로 있었다. 아마 내가 해외생활을 하게되지 않았더라도 이 시계는 버렸겠지, 싶을 정도로 처참한 몰골이었다. 오랜만에 꺼내서 더 심해진 거지, 사실 군생활 중에도 이미 조금만 어딘가에 부딪혀도 시간이 리셋되고, 걷는 중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톱워치가 작동하던 말썽구러기 시계였다. 밤에는 지가 알아서 초록색 쨍한 불빛을 사방에 뿜어대던 애물단지였는데, 아까워서였을까. 나는 거의 10년이라는 긴긴 시간에 걸쳐 이 시계를 버리지 못했다. 

군인용 전자시계

시계의 생명력

말썽은 말썽대로 피우던 시계인 주제에 생명력이 질긴 시계였다. 나는 분명 전지를 갈아끼운 적이 없는데, 버릴 때까지도 작동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나는 차라리 애플워치나 갤럭시워치를 차라리 사면 샀지 굳이 군인용 디지털 손목시계를 찰 일은 없을 것 같다. 애초에 시계를 잘 안 차기도 하고.

위에서는 8년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지만, 2년 전에 이미 버린 물건이라 8년인거고 햇수로 치면 거의 10년 전에 구매한 시계다. 나는 꽤 오랫동안 물건들을 줄여나가고 있었고, 이제는 미니멀 라이프가 어떤 장점이 있는지 말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내가 물건들을 버리면서 해왔던 생각들을 하나 둘씩 글로 정리해보기로 결심했다.

 

가볍게 살기

고작 전자시계 하나 버렸다고 내가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지난 2년 동안 많은 물건들을 버려왔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 쓸만한 물건인데 억지로 이유를 붙여서 버린 물건들은 없다. 마냥 쓰레기통에 버리기만 한 것은 아니고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도 했고, 중고로 판 물건들도 있다.

내가 해외생활을 한지도 1년이 넘어가는데 버린 물건들의 절반 정도는 출국 직전에 짐을 급하게 줄여야 해서 한꺼번에 정리한 물건들도 있다. 고민을 할 시간도 없이 조금이라도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면 버리거나 친구들에게 나눠주거나 알라딘 중고서점에 다 팔아넘겼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도 딱히 후회는 없다. 책은 전자도서관이나 E북을 통해서 얼마든지 여기서도 읽을 수 있고, 여기에도 도서관이 잘 되어 있는데다가 지금은 원서를 더 많이 읽기 때문에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물건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과정은 사실 쉽지는 않다. 막상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도 학창시절과 같은 추억이 묻어 있는 경우라면 정리하기 더 아까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삶의 물리적인 무게를 줄여나가다보면 내가 정말로 무언가를 필요로 할 때 고민을 조금 덜 하게 된다.

많이 버리고 불필요한 소비를 하라는 뜻이 아니다. 나에게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게 되면, 최소한 물리적인 공간 때문에 소비를 주저하는 일은 사라진다. 물건을 제때 버리는 습관을 들여놓으면 사실 소비를 할 때도 조금 깐깐해진다. 나는 내 방을 넓게 쓰고 있는 내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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