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쓴 USB
문서를 시도때도 없이 다뤄야 하는 전공 특성 때문에 꽤 많은 학우들이 usb를 여러개씩 들고 다녔다. 간혹 네이버 클라우드나 아이클라우드, 구글 드라이브 같은 웹드라이브를 쓰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내 경우에는 이중 삼중으로 백업을 해두는 편이었다. 모든 자료나 사진들을 다 그렇게 보관한 건 아니고 딱 내가 창작한 작품들에 한해서만 그렇게 보관했다. USB는 일단 내 손에 들고 있는 한 왠만한 경우에는 위험요소가 없다는 것이 안심이었다.
주변에서 나보고 특이하다고 한 것도 있었는데,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 기능과 내게 메일 쓰기 기능을 주로 썼기 때문인 것 같다. 어차피 내가 보관하는 자료들이 대용량도 아니고 파일 크기가 다 자잘하다. 오히려 메일함에 보관해두는 게 찾기 더 쉬운 경우가 많아서 작업 중인 파일들은 메일에 보관하고는 했다.
주로 보관했던 자료들
아무래도 내가 썼던 usb가 용량이 32기가밖에 안 되다보니 영화를 왕창 모아둔다거나 하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금방 소진할 수 있는 자료들 위주로 저장했었다. 작업중인 소설, 시, 과제들을 주로 저장했었고 핸드폰에 옮겨서 한 번 보고 지울 영화 파일들을 주로 보관했었는데, 그마저도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라는 신세계를 맛보고 나서는 저장하지 않게 되었다.
5핀이라고 하던가, 구형 안드로이드 소켓에 연결 가능한 usb였는데, 버튼이 이제 고정이 안 된다. 아무래도 5년 넘게 써왔으니 슬슬 고장이 나도 이상하지 않기는 하다. 더군다나 나는 핸드폰에 주로 연결할 목적으로 썼던 건데 버튼이 제대로 눌리지 않아 C타입으로 변환시켜주는 젠더에 연결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버리게 되었다. 당분간은 외장하드 위주로 사용하다가 다시 USB가 필요해지는 순간이 되면 c타입을 지원해주는 제품으로 사려고 한다.
희미해진 회사 로고
매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다가 손으로 만지작거려서 그런지 로고가 많이 지워져 있다. 겨우 만지는 것만으로 지워지나 싶지만 5년이라는 시간은 꽤 긴 시간이니까 지워진 로고를 통해 시간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백업하기 위해 핀셋으로 연결단자를 뽑아내고 자료를 옮긴 후에 포맷할 때에는 이렇게 작은 걸 버릴 때에도 아쉬울 수 있구나 싶다.
무슨 물건이든 버릴 때는 똑같다. 남들이 볼 때에는 아무리 사소한 물건이라도, 나는 usb를 버리는 게 아쉬운 게 아니라 내가 5년간 써왔던 딱 이 usb를 버려야 하기에 아쉬운 것이다. 5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낸 물건을 버림으로써 기억도 조금씩 지워질까봐 그게 안타까운 것이다. 뭔가를 새로 사야하는 순간에도 나는, 아니 그래도 낡은 물건이긴 하지만 아직 멀쩡히 돌아가는데 뭘 새로 사, 하면서도 사용상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애써 버리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미니멀리스트 되기
미니멀리스트가 되자고 선언은 진작에 했었다. 큰 물건들은 다 버렸고, 안 입고 몇 년을 장롱에서 썩고 있던 옷도 다 의류수거함에 버리거나 당근마켓에 내놓았다. 이제는 이런 작은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해나가야겠다. 미니멀리스트를 완벽하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 미니멀리즘이란 낡은 물건을 버리지 못함으로써 꼭 필요한 물건을 핑계 대며 못 사게 되는 걸 방지해야 하는 걸 의미한다. 필요한 물건조차 소비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소유를 하지 말자는 것이 맞을 것이다. 소비를 최소한으로 하되, 꼭 필요한 소비를 하기 위해서 더 이상 안 쓰는 물건은 과감히 버리고 공간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이 usb를 버린다고 해서 집의 공간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버릴 때가 되었는데도 미련을 가지고 못 버리는 상황은 줄어들 것 같다. 미니멀하게 살아야 하니까 물건들을 죄다 내다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쓸 만큼 쓰다가 버릴 때가 되면 새 물건을 놓을 자리를 위해 버리고, 굳이 새로 살 필요조차 없다면 버리기만 하는 식으로 계속 하다보면 점진적으로는 집의 공간낭비를 줄여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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